“경쟁사가 저를 ‘허위 표시’로 고발했다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특허가 있어서 특허 있다고 썼을 뿐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실제 제 고객 중 한 분이 겪으신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수많은 특허를 보유한 건실한 기업이었는데, 제품 포장지에 실수로 다른 제품의 특허 번호를 기재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수백만 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경쟁 업체는 이를 빌미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부도덕한 기업”이라며 공격적인 마케팅까지 펼쳤죠.

특허 등록증을 받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제대로 알리는 것’입니다. 오늘은 사소한 실수로 전과자가 될 수도 있는 ‘특허 표시(Patent Marking)’의 중요성과 올바른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1. 📢 특허 표시, 왜 해야 할까요?

특허법 제223조는 특허권자가 물건에 특허 표시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실무적으로는 ‘필수’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손해배상’ 때문입니다.

누군가 내 특허를 침해했을 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상대방의 ‘고의(알고도 베낌)’‘과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내 제품에 특허 제1234567호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면? “몰랐다”라는 상대방의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특허법 제229조 과실의 추정). 즉, 특허 표시는 잠재적 침해자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장이자, 나중에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증거입니다.


2. ✅ 올바른 특허 표시 방법 (특허청 고시)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제대로’ 쓴 걸까요? 특허청 고시에 따른 정석 표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등록된 특허의 경우

  • 원칙: 특허 제1234567호 또는 Patent No. 1234567
  • 물건이 작을 때: 포장이나 용기에 표기 가능.

2) 출원 중인 경우 (심사 중)

  • 표기: 특허출원(심사중) 제10-2025-1234567호 또는 Pat. Pend. (Patent Pending)
  • 주의: 반드시 ‘출원’ 또는 ‘심사 중’임을 명시해야 합니다. 마치 등록된 권리인 것처럼 오해하게 쓰면 안 됩니다.

3) 온라인/앱을 통한 표시 (가상 표시)

요즘은 제품 디자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 QR코드나 인터넷 주소(URL)를 활용하는 방법도 허용됩니다.

  • 예: 특허 정보는 www.company.com/patents 참조

3. 🚨 절대 하면 안 되는 실수: 허위 표시 (False Marking)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특허법 제224조는 허위 표시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습니다.

대표적인 위반 사례 (Check List)

  1. 거절되거나 소멸된 특허 표시:
    • 특허가 거절되었거나, 등록료를 안 내서 소멸되었는데도 계속 포장지에 특허 제OOOO호를 찍어서 파는 경우. (재고 포장지 아깝다고 쓰다가 큰일 납니다.)
  2. 출원 중인데 등록된 것처럼 표시:
    • 특허 출원 제OOOO호라고 써야 하는데, 특허 제OOOO호라고 쓰거나 단순히 특허라고만 쓰는 경우.
  3. 엉뚱한 번호 표시 (위의 사례):
    • A 제품에 B 제품의 특허 번호를 기재하는 경우. 기술이 비슷하다고 해서 번호를 돌려막기 하면 안 됩니다. 이는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 그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4. 존재하지 않는 권리 표시:
    • 국제특허, 세계특허 같은 용어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PCT 출원이나 각국 등록 특허로 정확히 써야 함)

4. 💡 실무자를 위한 팁

  • 포장지 검수 프로세스: 제품 패키지 디자인 승인 전, 반드시 담당 변리사나 지재권 담당자에게 표기 문구와 번호의 유효성을 확인받으세요.
  • 정기적인 전수 조사: 매년 한 번씩 자사 제품에 표기된 특허 번호가 현재 유효한지(소멸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 스티커 활용: 이미 인쇄된 포장지에 오류가 발견되었다면, 폐기하는 대신 올바른 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덧붙여서 수정해야 합니다. 비용이 들어도 벌금보다는 훨씬 쌉니다.

마치며: 디테일이 명품을 만듭니다

특허 표시는 단순한 텍스트 한 줄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자, 소비자에 대한 정직한 약속입니다.

힘들게 획득한 특허권, 사소한 표기 실수로 빛이 바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챙기시길 바랍니다.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법적 리스크를 없애고 진정한 명품 기업을 만듭니다.

※ 이번 글을 끝으로 특허 전략 시리즈의 핵심적인 이야기들은 한 차례 정리합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상표(Brand) 전략’을 주제로 보다 실무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며, 특허 전략 역시 실제 사례와 쟁점을 중심으로 계속 다뤄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