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의 연구 개발 끝에 드디어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내 기술에 대해 특허도 받아두었으니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출시 일주일 만에 경쟁사로부터 ‘특허 침해 경고장’이 날아왔습니다.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말이죠.”

많은 기업들이 겪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입니다. 여기서 많은 대표님들이 억울해하며 이렇게 반문합니다. “아니, 제가 제 기술로 특허까지 받았는데 왜 남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겁니까?”

안타깝게도, ‘내 특허를 받은 것’‘남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오늘은 제품 출시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안전장치, FTO(Freedom to Operate) 분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 내 특허가 면죄부는 아니다 (이용 관계의 함정)

가장 흔한 오해부터 풀고 가겠습니다. 특허권은 ‘남이 내 기술을 못 쓰게 하는 배타적 권리’이지, ‘내가 내 기술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A사: ‘바퀴 달린 의자’에 대한 원천 특허 보유.
  • B사: A사의 의자에 ‘높낮이 조절 기능’을 더해 개량 특허 획득.

B사는 특허를 받았지만, B사의 의자를 팔려면 A사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B사의 의자에도 A사의 ‘바퀴’ 기술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특허법상 ‘이용 관계’라고 합니다. 내 특허만 믿고 제품을 출시했다가 원천 특허권자에게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케이스입니다.


2. 🕵️‍♀️ FTO 분석이란 무엇인가?

FTO(Freedom to Operate), 우리말로는 ‘자유 실시 기술 분석’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이 제품을 시장에 내다 팔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단순히 내 아이디어를 특허로 낼 수 있는지 보는 ‘선행기술조사’와는 목적이 다릅니다. FTO는 경쟁사들의 지뢰밭(유효 특허) 사이로 내가 지나갈 안전한 길(자유 실시 영역)이 있는지를 찾는 생존을 위한 정찰입니다.

FTO 분석, 언제 해야 할까요?

  • R&D 기획 단계: 개발 방향이 막혀있다면 처음부터 우회해야 합니다.
  • 제품 설계 확정 전: 디자인이나 부품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 투자 유치(Due Diligence): 투자자들은 기술의 우수성보다 법적 리스크를 더 꼼꼼히 봅니다.
  • 해외 수출 전: 한국에서 괜찮아도 미국에서는 특허 침해일 수 있습니다. 수출국별로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3. 🔍 분석 프로세스와 대응 전략

FTO 분석은 보통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됩니다.

  1. 기술 분해: 내 제품을 구성 부품/기능 단위로 잘게 쪼갭니다.
  2. 특허 검색: 각 구성요소와 관련된 타사의 생존 특허(등록 유지 중인 특허)를 전수 조사합니다.
  3. 청구항 비교: 타사 특허의 권리 범위(청구항)에 내 제품이 속하는지(All Elements Rule) 정밀 분석합니다.

만약 침해 위험이 발견된다면? (Risk Management)

침해 위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사업을 접을 필요는 없습니다. FTO의 진짜 목적은 대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 회피 설계 (Design Around): 문제가 되는 특허의 구성 요소 중 하나를 빼거나 다르게 변경하여 특허망을 빠져나갑니다. 가장 안전하고 권장되는 방법입니다.
  • 무효화 전략 (Invalidation): 해당 특허가 원래 등록되지 말았어야 할 무효 사유(진보성 결여 등)가 있는지 찾습니다. “네 특허는 가짜야!”라고 공격하여 무력화시키는 전략입니다.
  • 라이선싱 (Licensing): 피할 수 없고 무효화도 어렵다면, 정당하게 로열티를 지불하고 기술을 사용하는 계약을 맺습니다. 소송 비용보다 싸게 먹힐 수 있습니다.

4. 💸 비용을 아끼려다 더 큰 비용을 치른다

FTO 분석은 전문 변리사의 고도화된 노하우가 필요하기에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설마 별일 있겠어?” 하며 이 과정을 건너뜁니다.

하지만 제품 금형 다 파고, 마케팅 비용 쏟아붓고, 재고가 쌓여있는데 판매 금지 가처분을 당한다면? 그 손해는 분석 비용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합니다.

특히 고의적인 침해(알고도 쓴 경우)로 인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최대 3배)까지 물어야 합니다. 반면, FTO 보고서는 나중에 소송을 당하더라도 “우리는 사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다(고의가 아니다)”는 것을 입증하는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마치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사업은 리스크와의 싸움입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그 기술을 안전하게 사업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FTO 분석은 여러분의 소중한 비즈니스가 특허 분쟁이라는 암초에 걸리지 않고 순항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확실한 지도입니다. 제품 출시 전,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안전 점검을 마치시길 바랍니다.

※ 다음 포스팅에서는 특허 등록의 기쁨 뒤에 찾아올 수 있는 뜻밖의 함정, ‘올바른 특허 표시 방법과 허위 표시의 위험성’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실제 벌금 사례를 통해 경각심을 일깨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