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이 표준을 따르는데, 갑자기 특허권자가 로열티 내라고 연락 왔어요. SEP가 뭔가요?”
통신·반도체·영상 코덱·IoT까지, 산업 표준을 구현하려면 어느 순간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 SEP)와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라는 말을 마주합니다. 글로벌 분쟁 뉴스에서는 자주 보이지만,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용어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SEP·FRAND의 실무적 의미와, 국내 기업이 실시권 확보·협상·분쟁 예방 관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구체적 로열티율·소송 전략은 사안별 자문이 필요합니다.)
1. SEP와 FRAND, 한 줄로 무엇이 다른가요? 📡
- SEP: 특정 산업 표준을 구현하려면 실질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특허입니다. 표준화 기구(SSO)가 표준 문서에 기술할 때, 특허권자는 “이 특허가 표준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선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 FRAND: SEP를 가진 권리자는 보통 SSO에 대해 공정·합리·비차별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즉, 무제한 무료가 아니라, 조건이 있되 남들과 형평에 맞게 주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됩니다.
표준을 따르는 제품을 만들면 SEP를 실시하게 되므로, 권리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특허 풀(Patent Pool) 등을 통해 실시권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인 그림입니다.
2. 왜 기업 입장에서 ‘전략’이 필요한가요? 🎯
① 표준 구현 = 다수 SEP 실시 가능성
하나의 표준에는 수백~수천 건의 SEP가 얽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만 조용히 팔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수출·대기업 납품·인증 단계에서 깨지기 쉽습니다. FTO(자유실시) 검토와 별개로, 표준별 SEP 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협상력은 ‘정보’에서 나옵니다
권리자가 제시하는 특허 패밀리·청구항이 정말 표준 구현에 필수인지, 대체 기술이 있는지 등은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동일 권리자와의 과거 계약·업계 관행을 알면 FRAND 협상에서의 레퍼런스가 됩니다.
③ NPE·글로벌 권리자와의 마찰
이 블로그에서 다룬 NPE 대응 전략과도 맞물립니다. SEP는 라이선스 수익 모델과 맞닿아 있어, 경고장·조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전 라이선스 확보가 분쟁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인 경우가 많습니다.
3. 실무 체크리스트: R&D·사업·법무가 같이 볼 것 ✅
- 표준 단계부터 참여 여부 결정: 표준 회의에 참여하면 기술 방향을 읽을 수 있지만, 반대로 FRAND 선언 의무 등이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참여 전에 IP·법무와 역할 분담을 정해 두세요.
- 제품·칩셋 스펙과 표준 문서 매핑: 어떤 3GPP 릴리스, IEEE 항목, 코덱 프로파일을 쓰는지 명확히 하면, 필요한 SEP 풀·개별 권리자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 특허 풀 vs 개별 라이선스: 오디오·영상 등 일부 분야는 풀 라이선스가 정착해 있습니다. 풀에 들어가 있는지, 추가 개별 계약이 필요한지 제품별로 표를 만들어 두면 좋습니다.
- 공급망 계약: 모듈·SoC를 사 올 때 서플라이어의 SEP 실시권 보증·면책 조항을 두는지 확인하세요. 나중에 “우리는 칩만 샀는데”로는 방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문서화: 라이선스 체결 내역, 영업 제외 지역, 서브라이선스 허용 여부 등은 IPO·M&A 실사에서도 질문받습니다.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 중이라면 IPO 단계의 IP 체크리스트와도 연결해 두면 좋습니다.
- Tip: “FRAND이니까 무조건 싸게 해 줘야 한다”는 단정은 어렵습니다. 다만 비차별 원칙을 근거로, 유사 규모 라이시와의 조건을 비교해 보라고 요청하는 식의 협상은 실무에서 자주 쓰입니다.
4. 국내 기업이 자주 놓치는 관점 🇰🇷
- 해외 표준·해외 SEP: 제품이 해외에서 팔리면 해당 국가의 특허가 문제가 됩니다. 국내 특허만 조사해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 표준 진화: 5G에서 Rel-17, Rel-18처럼 표준이 진화하면 새로운 SEP 세트가 붙습니다. 제품 로드맵과 함께 IP 검토 주기를 맞추세요.
- 자사 SEP 확보: 표준에 기여해 자사 특허가 SEP로 채택되면, 상호 라이선스(cross-license) 교환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R&D와 출원 전략이 표준 일정과 맞물리도록 조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표준은 기회이자, IP 의무의 묶음
SEP·FRAND는 어렵게 들리지만, 핵심은 “표준을 실시한다 = 누군가의 특허를 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전제에 두고, 누구와·어떤 범위로·언제까지 실시권을 확보할지 표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통신·디바이스·SW를 표준에 맞춰 개발하는 팀이라면, 표준별 SEP·라이선스 현황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필요하면 특허정보 분석·변리 자문과 함께 전략적 조사·분석 단계에서 같이 설계하는 것이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