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작성이 코딩보다 어렵다면?”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록합니다. 메모장에, 워드 파일에, 혹은 이메일에. 하지만 서식을 꾸미기 위해 마우스를 잡는 순간, 생각의 흐름은 끊기기 마련입니다. 제목 폰트를 키우고, 볼드체를 적용하고, 줄 간격을 맞추느라 정작 중요한 ‘내용’을 놓치곤 하죠.
AI와 코딩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매료된 것 중 하나가 바로 마크다운(Markdown), 확장자 .md의 세계였습니다.
1. 마크다운: 텍스트에 마법을 거는 기호들
마크다운은 2004년, 존 그루버(John Gruber)라는 사람이 “읽기 쉽고 쓰기 쉬운 텍스트 포맷”을 목표로 만들었습니다. 복잡한 HTML 태그(<h1>, <b> 등) 대신, 우리에게 친숙한 기호 몇 개로 문서를 구조화합니다.
- 제목을 쓰고 싶나요? 샵(
#) 하나면 됩니다. - 강조하고 싶나요? 별(
*) 두 개로 감싸세요. - 리스트가 필요한가요? 하이픈(
-)이면 충분합니다.
이 단순함이 주는 파괴력은 엄청납니다. 마우스에 손을 대지 않고 키보드 위에서 춤추듯 글을 써 내려갈 수 있게 해주니까요. “서식은 나중에, 생각은 지금 당장.” 이것이 마크다운의 철학입니다.
2. 깃허브(GitHub): 마크다운이 꽃피는 정원
개발자들의 성지, 깃허브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파일이 있습니다. 바로 대문자로 적힌 README.md입니다.
이 파일은 프로젝트의 얼굴입니다. 이 코드가 무엇인지, 어떻게 쓰는지 설명하는 곳이죠. 전 세계 수억 명의 개발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마크다운으로 소통합니다.
- 코드 블록: 백틱(```) 세 개로 감싸면, 어떤 언어의 코드라도 아름답게 하이라이팅 됩니다.
- 체크리스트:
- [ ]문법으로 할 일을 관리합니다.
깃허브라는 거대한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건, 어쩌면 이 간결하고 통일된 ‘문서의 언어’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3. 노션(Notion)과 블로그: 확장의 끝은 어디인가
제가 애용하는 노션(Notion)이 혁신적이었던 이유도, 바로 이 마크다운 문법을 완벽하게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를 누를 필요도 없이, #을 치고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즉시 ‘제목 1’로 변환됩니다. 마크다운의 문법을 UI/UX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녹여낸 사례죠.
그리고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 nan-IP .Blog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Jekyll(제킬)이라는 정적 사이트 생성기는
.md파일을 읽어서 예쁜.html웹페이지로 구워냅니다. - 제가 글을 쓸 때 HTML 코드를 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마크다운으로 생각을 정리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디자인을 입혀주는 것이죠.
에필로그: 가장 심플한 것이 가장 강력하다
20년 전 웹에이전시 시절, 화려한 위지윅(WYSIWYG) 에디터가 최고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돌고 돌아 결국 텍스트(Plain Text)로 회귀했습니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강력하고, 어디서든 통용됩니다. 이것이 제가 마크다운에, 그리고 깃허브의 생태계에 푹 빠진 이유입니다.
혹시 아직도 .docx나 .hwp 아이콘만 찾고 계신가요?
오늘부터 메모장의 확장자를 .md로 바꿔보세요. 여러분의 기록 습관에 작은 혁명이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Tip: 이 글 역시 100% 마크다운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