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문헌에 비슷한 구성 다 나와 있는데, 왜 우리 특허만 진보성 있다고 주장하지?”
등록무효심판이나 침해·무효 소송에서 진보성을 다툴 때, 상대(또는 법원)는 종종 이미 알고 있는 본 발명의 명세서를 머릿속에 둔 채로 선행기술 조각을 이어 붙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그 방식은 금지라고 못 박아 왔습니다. 2026년 1월 15일 선고된 대법원 2024후10641 판결은 그 법리를 기계 부품(벨트 위축기) 사건에서 다시 한번 선명하게 확인한 사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판례 전문에 정리된 요지를 바탕으로, 출원·명세서·중간대응·무효 방어 관점에서 무엇을 챙기면 좋은지 특허 전략으로 정리합니다.
1. 사건의 성격: 무엇이 문제였나
본건은 벨트 위축기(Belt Retractor) 관련 특허에 대한 등록무효(특) 사건입니다. 원심(특허법원)은 여러 선행발명을 들어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그 판단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쟁점의 핵심은 한마디로, 선행기술 여러 개를 ‘분해해서’ 사후적으로 조합해 본 뒤 “이 정도면 당연히 나온다”고 본 원심의 태도가, 대법원이 말하는 진보성 판단 방법에 맞는지였습니다.
2. 대법원이 다시 확인한 진보성 판단의 ‘금지선’
판결요지는 다음 두 줄에 압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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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적 판단 금지
진보성을 볼 때, 이미 특허 명세서에 개시된 기술을 알고 있는 상태를 전제로, “통상의 기술자라면 쉽게 발명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반복 확인되었습니다. (대법원 2006후138 등 판례 법리의 연장선.) -
‘구성요소 쪼개기’ 금지, 유기적 전체로 본다
청구항이 복수 구성요소로 되어 있을 때, 각 요소를 따로따로 잘라 “이건 공지, 저것도 공지”만 세어서 진보성을 부정해서는 안 되고, 청구항이 묘사한 과제 해결 원리에 따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과, 그 전체로서의 특유한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여러 선행 문헌을 조합해 진보성을 부정하려면, 그 문헌들에 결합의 암시·동기가 있거나, 출원 당시 기술수준·업계 요구 등을 종합할 때 통상의 기술자가 그 결합에 쉽게 이를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여야 합니다.
3. 원심이 빗나간 지점(요약): 왜 파기되었나
본건에서 대법원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의 ‘선행기술 결합 → 용이 도출’ 논리를 수긍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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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발명이 해결하려던 과제를 무시한 채, 일부 구성만 떼어 내어 본 특허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든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 특정 선행발명이 두 종류의 인장 수단을 양쪽에 배치하는 등 자기 과제에 맞춘 구조인데, 그중 하나를 그냥 없애면 본 특허와 같아진다는 식의 접근은, 그 선행발명의 기술적 의의를 희석한다는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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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행문헌에는, 어떤 구성을 생략할 경우 좌우 밸런스 문제가 생기므로 별도 기구를 쓰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었고, 이는 오히려 무비판적 결합에 부정적 교시(negative teaching) 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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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부품이라도, 실제로 수행하는 기능(예: 단순 기어박스 케이스 vs. 잠금·인장 부품을 밀봉·보호하는 하우징)이 다르면, 대응 구성이라고 단정하거나 결합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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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회전 시 안정성, 내부 부품 이탈 방지(걸림부) 등, 구조 차이가 주는 효과를 함께 볼 때, 선행발명만으로 쉽게 극복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리하면, “부품 이름만 맞춰 대응시킨 뒤 조합했다”는 식의 진보성 부정은 위험하고, 과제·기능·효과가 묶인 전체로 다시 봐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4. 특허 전략으로 옮기면: 출원인·권리자가 할 일
4.1 명세서·청구항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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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적 결합이 만드는 과제 해결과, 그로 인한 특유의 효과(안정성, 밀봉, 소음·누출 방지 등)를 한 덩어리 서술로 남깁니다. 구성요소를 나열만 하지 말고, 왜 그 위치·그 형태가 함께 가야 하는지를 기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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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기술과의 차이를 크게 쪼개어 표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무효·침해에서 ‘차이점 × 효과’ 매핑을 설명하기 좋습니다. 본 판결도 차이점별로 효과와 결합 곤란성을 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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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선행기술이 해결하려는 과제와 본 발명의 과제를 비교하는 문단을 두어, 단순 결합이 과제 충돌을 일으키는 이유를 명세서 차원에서 밝혀 둡니다.
4.2 심사·중간대응(의견제출통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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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관이 각 인용문헌의 문장만 인용해 조합하는 경우, 사후적 고찰에 해당할 소지가 없는지 점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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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교시가 될 만한 선행기술 본문의 경고·한계를 찾아, 결합이 오히려 비합리적임을 논리로 연결합니다.
4.3 등록 후(무효심판·소송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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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대응표”가 기능 단위 매칭을 빼먹고 형태만 맞춘 것은 아닌지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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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강조한 대로, 청구항 전체의 기술사상과 전체 효과를 중심으로 답변서·준비서면을 구성합니다.
5. 마치며: ‘안다’는 착각이 진보성을 흐린다
2024후10641은 기계·구조 특허에서도 진보성 논쟁의 본질이 ‘조합의 용이성’과 ‘사후적 안경’에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 줍니다. 특허 전략적으로는 명세서에 ‘전체로서의 곤란성과 효과’를 미리 심어 두는 것이, 나중의 무효·침해전쟁에서 가장 값싼 보험에 가깝습니다.
본문에 인용한 판시는 대법원 2024후10641(선고 2026. 1. 15.) 등록무효(특) 판결의 법리를 블로그 독자용으로 요약·재구성한 것이며, 구체적 사실인용·소송 전략은 개별 사건에 맞춰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등록무효·진보성 방어 전략을 판례·심사기준과 맞춰 정리하고 싶으시면 nan-IP가 함께 살펴 드리겠습니다.